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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심석정
1톤짜리 낡은 트럭 덮개조차 다 해진
컴컴한 그늘 속에 화환이 실려간다
화려한 축하 리본과 근조 리본 나부끼며
사는 일 죽는 일이 다를 바 없다는 듯
유도된 차선 따라 이쪽 저쪽 드나들다
덜커덩 과속방지턱 브레이크 꾹 밟는다
바람에 휘는 건지 급정거에 쏠린 건지
흰 국화 이마 위에 붉은 장미 볼 포갠다
후미등 길게 켜진다, 차량들의 정중례
생과 사 함께 실린 어둑한 이 길에서
누가 먼저 내릴까 화환을 따라간다
일회성 행로의 무늬 그 무게를 가늠하며
―『시와 소금』(202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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