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소실점 찾기 /이중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2. 2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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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점 찾기

 

이중동

 

 

푸른 심장이 헐떡거린다

뒷걸음치는 숫자들이 가슴을 조여오고

횡단보도 건너편 눈동자 하나 아른거린다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던 신작로,

 

엇박자로 울던 매미는 가로수 그늘에서 숨죽이고

비틀거리던 자전거의 가는 신음이 들린다

더위 먹은 개울물의 흐느적거리는 소리

부채질에 지친 양버들이 늘어지는 시간이다

 

보폭은 참새의 걸음으로 종종거리고

나는 직진도 후진도 허락되지 않는 허수아비가 된다

단발과 까까머리 사이에서 하품하던 여름날의 오후,

종소리를 잡아먹은 먹구름도 이젠 울지 않는다

 

주춤거리던 횡단보도가 달려 나가고

심장을 조여오던 눈동자 허공으로 흩어진다

자전거가 페달을 힘차게 돌린다

푸른 심장이 헐떡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자꾸 눈을 비비고

횡단보도 건너편, 눈동자 하나 아른거리고 있다

 

 

 

―월간『우리시』(2021.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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