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2022 제12회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대상 수작자의 작품 -피 혹은 꽃 피는 속도 외 2 /김수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5. 2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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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혹은 꽃 피는 속도

 

김수형

 

 

1.

레미콘이 뒤뚱거리며 언덕길을 오른다

만삭의 배를 돌리며 조금만, 조금만 더!

두 손을 움켜쥘 때마다

떨어지는 링거의 수액

 

피와 살이 섞이고 심장마저 꿈툴대는

안과 밖을 둘러싼 호흡들이 숨 가쁘다

뜨겁게 쏟아지는 양수

꼴나무에도 피가 돈다

 

2.

직진하려다 본능적으로 핸들을 우로 돌렸지

운전석 백미러를 툭 치며 달리던 트럭

수천의 새 떼 날아와

등골에서 깃을 털던

 

3.

백미터를 3초에 달려

톰슨가젤 목을 물고

거친 술 몰아쉬는 치타의 퀭한 눈동자

죽음과

마주하는 건

늘 한 호흡의 속력이다

 

 

 

―시선집『제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

2022년 5월 28일 오후 6시 15분

 

 

 

<2022년 제12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대상 수상자의 작품 1>

 

 

조치원鳥致院

 

김수형

 

 

새 꿈을 꾸고 나면 깃털들이 흩어진다

피가 잘 안 통하는 구름은 하얘지고

새들의 가위질 소리

허공이 잘려 나간다

 

이마에 부리 묻고 내 눈썹에 날아든 새

새 울음에 기적이 울고 철길도 관절 편다

바람이 우듬지에서

새집을 보듬는 역

 

오래 만져 미끄러운 새알 같은 그대 생각

파닥이는 기억들을 물끄러미 떠올리면

철새가 긴 그림자를

내려놓고 날아간다

 

 

 

―시선집『제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

2022년 5월 28일 오후 6시 21분

 

 

<2022년 제12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대상 수상자의 작품 2>

각시염낭거미

 

김수형

 

 

그녀는 몸속에서 속울음을 꺼내 짠다

격자무늬 과녁에 새벽이슬 떨어지면

파르르 떨리는 허공

불안은 늘 명중이다

 

외로운 각도에서 사랑은 조여들었지

속덜없이 흔들리는 신열의 이파리들

끈적한 가슴 안쪽의

어둠을 들여다본다

 

평범한 삶의 길을 풀었다 당기는 저녁

실낱같은 그물코에 낯선 어둠 스밀 때면

뭇별의 노래 몇 소절

파닥이며 걸린다

 

 

 

―시선집『제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

2022년 5월 28일 오후 6시 2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