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12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우수상 수상자의 작품>
죽! 이는 여자
박화남
가을은 익어가는데 그녀는 텅 비었다
호박죽 끓이는 일이 뜨거운 하루라고
그 자리 오래 머물며
입맛을 저어준다
눈 앞이 막막할 때 그리운 건 정이다
푹푹 빠진 맨 삶이 스스로를 달래며
씨를 뺀 둥근 말과 표정
데워서 담아낸다
바깥이 단단해도 속은 더 풀어진다
손끝의 농도는 퍼낼수록 짙어져
더 달게 살아내려고
한 계절을 허문다
―시선집『제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
2022년 5월 28일 오후 7시 51분
<2022년 제12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우수상 수상자의 작품 1>
멍들다
박화남
평생을 납땜으로 대낮을 때우셨던
아버지의 온몸이 밤마다 흘러내린다
불똥이 나를 뚫고서
타는 줄도 모르고
바지마다 검은 자국
불빛의 뒷면이다
멍들은 그 시간들 얼마나 태웠는지
파편을 받아낸 자리
별빛으로 박혔을까
아버지의 별들은 황금빛 구멍이다
안쪽을 끌어안고 붉어서 돌아오면
퀘도를 이탈한 나는
더 아픈 멍이 된다
―시선집『제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
2022년 5월 28일 오후 7시 56분
<2022년 제12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우수상 수상자의 작품 2>
감
박화남
몇 겹의 노을을 감고 있는 감感이라야 해
물렁하면 칼날을 받아내지 못하거든
끝까지 단단해바야 단맛을 낼 줄 알지
서리를 달게 맞고 견딜 줄도 알아야 해
감히 곶감이 된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
감물 든 손이 환하다 그가 따온
달의 젖
―시선집『제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
2022년 5월 28일 오후 8시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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