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 2022년 제12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우수상 수상자의 작품 -죽! 이는 여자 외 2 /박화남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5. 2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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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제12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우수상 수상자의 작품>

 

 

! 이는 여자

 

박화남

 

 

가을은 익어가는데 그녀는 텅 비었다

호박죽 끓이는 일이 뜨거운 하루라고

그 자리 오래 머물며

입맛을 저어준다

 

눈 앞이 막막할 때 그리운 건 정이다

푹푹 빠진 맨 삶이 스스로를 달래며

씨를 뺀 둥근 말과 표정

데워서 담아낸다

 

바깥이 단단해도 속은 더 풀어진다

손끝의 농도는 퍼낼수록 짙어져

더 달게 살아내려고

한 계절을 허문다

 

 

 

시선집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

2022528일 오후 751

 

 

 

<2022년 제12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우수상 수상자의 작품 1>

 

멍들다

 

박화남

 

 

평생을 납땜으로 대낮을 때우셨던

아버지의 온몸이 밤마다 흘러내린다

불똥이 나를 뚫고서

타는 줄도 모르고

 

바지마다 검은 자국

불빛의 뒷면이다

멍들은 그 시간들 얼마나 태웠는지

파편을 받아낸 자리

별빛으로 박혔을까

 

아버지의 별들은 황금빛 구멍이다

안쪽을 끌어안고 붉어서 돌아오면

퀘도를 이탈한 나는

더 아픈 멍이 된다

 

 

 

시선집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

2022528일 오후 756

 

<2022년 제12 천강문학상 시조부문 우수상 수상자의 작품 2>

 

 

박화남

 

 

몇 겹의 노을을 감고 있는 감이라야 해

 

물렁하면 칼날을 받아내지 못하거든

 

끝까지 단단해바야 단맛을 낼 줄 알지

 

서리를 달게 맞고 견딜 줄도 알아야 해

 

감히 곶감이 된다는 건 감사한 일이지

 

감물 든 손이 환하다 그가 따온

 

달의 젖

 

 

 

시선집12회 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2)

2022528일 오후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