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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을 다시 보다
송태준
명줄 받은 보과인가, 도시로 온 호박넝쿨
강 나온 돛배처럼 위태위태 흔들거리며
줄광대 외줄을 타듯 철망을 감아 오른다.
돈짝만큼 열린 하늘 여우볕도 고마워
세상을 다 얻은 듯 우쭐대는 모습이란…
버릇 된 신세타령이 은연중 되돌아뵈는,
뙤약볕 밭두렁을 태생으로 퍼질고 앉아
보채 쌓는 바람에도 덩그레 피워 올리던
어머니 가없는 웃음 한세상 뒤 다시 만나,
이목을 구걸하듯 주절주절 피는 그 꽃이
딱 하루 자식농사 뒤 서둘러 접어가는
젊어서 놓친 겸양도 석양에 들어 보누나.
―『시조미학』(202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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