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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톡에서
이달균
배부른 과일의 상처를 닮아 가는
향기로운 나날들을 애써 외면하고
저만치 허기를 앓는, 조금 먼 객지의 밤
옆방에서 누군가 시를 갉아 먹는다
외로움이 즐겁다 너무 오래 굶주리지 않아
보드카 한 잔을 부어 화형식을 거행한다
적당히 온기를 재는 시인의 체온계를
불꽃이여 차갑게, 더 냉정히 응징해 다오
뜨거운 얼음성벽에 유폐된 내 안의 나
―『정형시학』(202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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