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사이 /최태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0. 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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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최태랑

 

 

그 말 참 좋다

아직 오지도 지나지도 않은

사이에 낀 무렵이란 말

까닭 없이 설레는 시간

떫지도 시지도 않는

그렇다고 단맛이 나는 것도 아닌

견고한 언어는 아니지만

잠깐 헛생각하다 지나쳐 버릴 것 같은

낮과 밤 사이

빗물 고인 돌확에는 벌써

개밥바라기 별이 내려와 있고

산그늘이 홑이불로 마을을 덮는 시간

집을 나갔던 연장들과 가축들이 돌아오는 저물녘

달빛 희미하게 문틈으로 들어와

빈방 벽에 묵화를 치고 있다

 

 

 

―시집『초록 바람』(천년의시작,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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