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사이
최태랑
그 말 참 좋다
아직 오지도 지나지도 않은
사이에 낀 무렵이란 말
까닭 없이 설레는 시간
떫지도 시지도 않는
그렇다고 단맛이 나는 것도 아닌
견고한 언어는 아니지만
잠깐 헛생각하다 지나쳐 버릴 것 같은
낮과 밤 사이
빗물 고인 돌확에는 벌써
개밥바라기 별이 내려와 있고
산그늘이 홑이불로 마을을 덮는 시간
집을 나갔던 연장들과 가축들이 돌아오는 저물녘
달빛 희미하게 문틈으로 들어와
빈방 벽에 묵화를 치고 있다
―시집『초록 바람』(천년의시작, 2022)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란다 /김미연 (0) | 2022.10.24 |
---|---|
그 여름의 저수지 /김미연 (0) | 2022.10.24 |
집 한 벌 /박명숙 (0) | 2022.10.13 |
노인 /이종곤 (1) | 2022.10.12 |
어머니와 황태 /이이화 (0) | 2022.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