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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김미연
사계절 쥐고 있는 슬픔이 무겁다
집 안에서 밀려난 것들
감추고 싶은 은밀한 것들
병든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다
겨울잠을 자고 있는
방치된 것들,
담배연기로 실직을 견디던 사내도
베란다 구석에서 녹슬고 있다
아찔한 바닥을 바라보며 늙어가는 콘크리트
발밑이 벼랑이다
난간을 치고 경계를 짓지만 집은 허공에 떠 있다
유리창 밖,
실내로 들어가지 못해
집이 아닌 집이다
―시집『지금도 그 이름은 저녁』(미네르바,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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