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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저수지
김미연
그 저수지는 내 사유의 무덤
검은 푸르름 속으로
뛰어내릴 수 있었기에
맥박이 뛰는 것을 확인하던 곳이었다
알 수 없는 열여섯 살의 수심 속으로 뛰어들던
사춘기의 길목에 그 저수지가 있었다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은 물구나무서서
푸른 머리를 처박고
새떼도 날아와 무단히 몸 던지던 곳
지난밤 실종자도
물밖으로 얼굴을 내밀던 곳
아침이 오면
내 근심의 수위도 높아져서
저물녘까지 나를 붙잡고 있었다
거센 물살이 나를 밀어내고
겨우 사춘기가 지나갔다
절반의 방황을 그곳에 두고 와
아직도 그 절망의 구덩이를 들여다본다
―시집『지금도 그 이름은 저녁』(미네르바,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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