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그 여름의 저수지 /김미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0. 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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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저수지

 

김미연

 

 

그 저수지는 내 사유의 무덤

검은 푸르름 속으로

뛰어내릴 수 있었기에

 

맥박이 뛰는 것을 확인하던 곳이었다

 

알 수 없는 열여섯 살의 수심 속으로 뛰어들던

사춘기의 길목에 그 저수지가 있었다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은 물구나무서서

푸른 머리를 처박고

새떼도 날아와 무단히 몸 던지던 곳

 

지난밤 실종자도

물밖으로 얼굴을 내밀던 곳

 

아침이 오면

내 근심의 수위도 높아져서

저물녘까지 나를 붙잡고 있었다

 

거센 물살이 나를 밀어내고

겨우 사춘기가 지나갔다

 

절반의 방황을 그곳에 두고 와

아직도 그 절망의 구덩이를 들여다본다

 

 

 

―시집『지금도 그 이름은 저녁』(미네르바,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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