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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도서관
김명인
책 만 권을 한꺼번에 펼친 바다가
기슭의 파란까지 덮어버렸으니
일몰 이후에나 대출된다는 밤바다는
평생을 새겨도 독해 버거운
비장의 어둠일까, 이 도서관의 장서려니
갈피나 지피려고 주경야독한다는
어부들의 말이 비로소 실감이 난다
일생을 기대 읽는 창窓이야
시인의 일과처럼 갈짓자 행보지만
알다가도 모를 달빛을 지표 삼아
어둠으로 안내하는 사서의 직업이란
그다지 참견할 일이 못 된다
다만 그 일로 한두 시간 끙끙거리려고
삐꺽대는 목조계단을 밟고 오른다
이 도서관이 대출하는 장서라면
파도 한 단락조차 내게는 벅찰 것이니
오늘 밤에도 누군가는 등대를 켜고 앉아
첩첩 어둠을 읽고 있겠다!
―『현대시』(2022,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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