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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 들고 따라와
송진권
장대를 든 아이가 담장을 긁으며 걸어가요
또다른 아이도 집을 뒤져 장대를 찾아들고 따라가요
장대 끝을 둥글게 휘어 거미줄 잔뜩 걷어 붙이고요
까치발 하고 몸을 길게 늘였어요
오늘 하늘은
푸르기만 해서요
구름 한점 없어요
매미 소리만 우렁차게 들려요
우리 할머니가 그러는데요
이렇게 기다란 장대를 높이 들고 가면
장대 끝에 우리를 데려갈 새가 날아와 앉는대요
장대를 높이 든 아이들을
키 작은 아이들이 따라가요
미루나무 길을 따라
마을 밖으로
도랑을 따라 강이 보이는 데까지
―시집『원근법을 배우는 시간』(창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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