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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春分)
송진권
하이타이 듬뿍 풀어 이불 빨래 다라이에 담가놓고
버글버글 일어난 거품들 둥둥 떠다니던 날
젖먹이 엄마가 포대기 해 아기 업고
놀러 온 동네 꼬맹이들까지 둥둥 걷어붙이고
맨발로 빨래를 밟으며 온 동네 떠나가라 웃던 날
저는 못 하게 한다고 입이 닷발이나 나온 막내가
바지랑대 함부로 걷어차 빨래에 흙이 잔뜩 묻은 날
더러 마른 기저귀들은 바람에 날아가
달이산 자락에 척척 연 걸리듯 걸려
산벚꽃 펑펑 터지던 날
온 동네 흥성흥성 일어나던 날
펌프 우물도 쿨렁쿨렁 웃음을 흘리던 날
온 산에 버글버글 하이타이 풀어놓아
퍽퍽 치대고 말끔히 헹궈 탈탈 털어 널어놓던 날
밀짚 잘라다 비누 거품 불며 둥둥 날아다니던 날
앞뒷산도 버글버글 거품이 일어
저 어디 다른 데나 가볼까 몸 부풀리며 일어서던 날
―시집『원근법을 배우는 시간』(창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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