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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도 중순을 넘어섰다
유승도
베어서 눕혀놓은 들깨를 털려고 밭으로 나갔다가 푸릇한 기운이 가시지 않은 꼬투리가 눈에 거슬려 발길을 돌렸다 채 익지도 않은 감을 쪼아 먹는 물까치들을 ‘훠이’ 쫓았으나 날아가지 않는 놈들이 있어 돌멩이를 주워 던졌다 그래도 날아가지 않는 녀석이 있어 한 번 더 던졌다
비가 온다더니 흐릿한 날이 저녁까지 이어졌다 풀을 먹으라고 흑염소 네 마리를 풀어놓으니 밭으로 가서 눕혀진 들깨를 질겅질겅 밟고 돌아다닌다 소리를 쳤으나 녀석들도 들은 둥 만 둥이다 돌을 던지니 염소는 맞지 않고 깨가 털리는 소리가 난다 염소들이 놀랐는지 와다다닥 들깨를 밟아대며 우리 쪽으로 달아난다
―『시와소금』(202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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