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마정리 집
김완하
엎드려 숙제를 하는 창가에 풍뎅이 한 마리 붕붕거렸다
호박 꽃잎마다 벌이 잉잉대며 날았다
담장에 매달린 조롱박에 고추잠자리 앉았다 떴다
길가 웅덩이에는 방개가 종종거렸다
둠벙의 잔잔히 이는 물살 주위를 구름이 에워쌌다
바람은 자주 강아지풀의 콧등을 훔치고 갔다
밤이 되면 목마른 별들이 쏟아져 내려와,
두레박으로 우물 길어 목을 축이고 올라갔다
등을 밝히면 담장의 나무들이 다가와 둘러앉았다
새벽까지 풀벌레들 책을 읽으며 꿈을 키웠다
우리 집은 언제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집『마정리 집』(천년의시작, 2022)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도 중순을 넘어섰다 /유승도 (1) | 2022.11.18 |
---|---|
지난가을 /유승도 (0) | 2022.11.18 |
하루 /김완하 (0) | 2022.11.16 |
나방은 누가 풀어 놓았을까 /김성신 (0) | 2022.11.12 |
돌 속의 바다 /김은상 (0) | 2022.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