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어쩌다 지하에 들다 /최연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1. 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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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지하
최연하


유빙처럼 떠도는 영혼들

널빤지 위에 웅크린 잠
신문지로 불안한 잠을 덮고
가슴속 상처를 감추고 있습니다

시멘트 바닥의 냉기보다
가족에게서 잊히는 것이 더 두려운 사람들
술병을 아내처럼 끼고 삽니다

경로를 이탈한 오작동을 누가 복원해 줄 수 있을까요
바닥에서 몸 하나 일으켜 세우지 못하는 무기력에
점점 음지가 되어갑니다

해를 등지고 멀리 와 버린 사람들
과거로 페달을 돌려보지만, 눈을 뜨면
늘 제자리에 멈춰있습니다

한 줌 햇살이 아쉬운 깊은 지하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역 하나를 붙잡고
빙빙 돌고 있습니다



ㅡ계간 《열린시학》 (2022,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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