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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이동화
능소화 진다
한 세계가 닫혀야 또 한 세계가 열리는 까닭을
당신은 알고 있었을까
해 뜨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
고사목이 된
늙은 아버지 검은 몸 안에서
새들도 슬프게 저물어가고 있다
새순을 열고 꽃을 피우고
푸른 계절을 넝쿨로 채우던 시간이
나무의 바깥을 향하는 길이었으니
단 한 번의 풍요를 위해
마음은 얼마나 더 가난해져야 하는가
꽃 진다고
나를 당신의 바깥이라 말하지 말라
능소화 질긴 넝쿨손처럼
치열했던 당신
맨땅 위에 뒹구는 통꽃처럼
삶은 허망하여도 아름답게 가는 여름 있으니
―계간『열린시학』(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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