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젓가락을 놓으며 /이상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1. 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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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을 놓으며

 

이상길

 

 

십원짜리 지폐 두 장이

오천원이 넘도록

반 백년을 넘게 비워 온 짜장면 한 그릇

 

시커먼 춘장 돼지기름에 달달 볶아

양파며 감자 고기 몇 점

고소하게 씹히던 그 옛날 맛은 아니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아버지가 사주시던 기억에 가끔은 애틋해지고

이제는 그때의 당신보다 더 늙어버린

씁쓸히 웃으며 비우는 오늘 또다시 짜장면 한 그릇

 

 

 

―계간『詩하늘 108』(2022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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