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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박숙경
금계국 떠난 옆 자리에 기생초 꽃 피운 걸 보면
가뭄에 말라가는 실개천에서 하루만큼의 목숨을 연명하는 왜가리와 마주치면
모노레일 위에서 자리를 옮겨 다니는 까치들을 보면
큰 물 지나가면 허물어질 걸 짐작하면서도 정성껏 돌탑을 쌓은 이의 마음이 느껴지면
오래전 수레국화 피었다 진자리에 다시 수레국화 철없이 피어난 걸 보면
시멘트 담벼락을 위로만 오르는 담쟁이넝쿨을 보면
걷다가 지쳤을 때 이마를 만지고 가는 몇 올의 바람을 생각하면
꽃 피어 어디에 쓰일까 싶어도 나비한테 무당벌레한테 꽃술을 내놓은 꽃의 풍경에 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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