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내가 걷는 땅 /함태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2. 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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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걷는 땅

 

함태숙

 

저는 지나가는 옵저버이겠으나 이 땅이 누구의 것인지를 알고 있

습니다

신들이 즐겨 입술을 대는 맹세에 차오르는 두 개의 떨림을 기도하

는 양손을

기도하는 양손을 모으듯이 밑으로 길게 흐르는 원추형 몸을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는 환영이여 석영처럼 각이 져 반짝이는 지

상의 가장 나쁜 쪽으로 건조한 추상의 고원위로 누추한 오두막과

다정한 찻잔과 그리고

낮은 음역대에서 길들이는 땅 속의 구름

 

빛마다 닿는 다른 면적에서 각기 다른 맛을 지닌 채로 시 간은 저

마다의 고유함을 익히고 정오의 긴 묵상이 순례의 행렬을 늘이는

공중의 땅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저는 지나가는 옵저버

 곳의 태양을 등지고 어루만지면 빛과 그림자, 손가락 틈새로 당

신의 빰을 만지던 그 감촉이 다시 당신을 되살리고 잎들을 꽃들을

꿈꾸는 잠의 수면은 크고 붉은 연꽃을 올리고 저는 안심하고 당신

의 가장 나쁜 쪽으로 부는 바람

 

가장 겸허하고 견고한 음정 하나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에

신들은 숨결을 보태는 것을 봅니다

이것을 우주 끝까지 늘이면

수조처럼 출렁이는, 사랑을 응축하면 육체가 되 는 맑고 빛나는

것들을

당신은 가집니다 우리의 다만 할 일은 진리를 다채롭게 하는 일

 

방랑자여, 당신을 떠나는 일이

당신을 가슴에 들여다 놓은 일이란 것을 알겠습니다

 

―웹진『시인광장』(2022,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