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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송기흥
고흥읍 오일장 입구
노점의 고무 함지에서
손바닥만 한 가자미들이
흰배를 까뒤집으며 허공으로
팔딱팔딱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스스로를 들어 올려
땅바닥으로 패대기를 쳐대는
무지막지한 놈들이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손질을 하려고 보니
아이고머니!
제 몸의 절반은 됩 직한 알 주머니 가득 찬
수천만 개의 노란 알들이
흐물흐물 흘러내리고 있었다
결단을 내린 어미의 심정이
거기, 있었던 것이다
―시집『햇살을 구부리다』(천년의 시작,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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