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해빙 /이삼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2. 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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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 

 

이삼현

 

 

6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2호선에서 환승해 곁에 앉은 나어린 처자가 

슬며시 머리를 기대 오네

그만 황송하고 죄송해 어찌할 바를 몰랐네

 

삼촌뻘 되는 사내 무엇에 끌려 다가오는 것이 황송함이라면

생판 모르는 여자에게 덥석 

한쪽을 내주고도 태연한 것은 아내에 대한 죄송함이었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 난감해하는데

아랑곳없이 곤한 자세로 단꿈을 꾸네

 

붉은 머리가 예쁜 오목눈이가 포르르 날아와 앉은 

가볍지만 진중한 그 떨림에

가지만 남아 앙상한 겨울나무도 따라 흔들렸을까

 

아님, 한겨울이라는 걸 잊고 깜박 핀 진달래도

철없이 기대 오는 한 줄기 훈풍에 물든 연분홍일까

 

지긋이 전해오는 풋것의 온기에 

다시 녹지 않을 것 같던 얼음장이 풀리고 있었네

한쪽 어깨부터 맥없이

 

 

 

―『모던포엠』(2023,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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