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해동 /이삼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2. 7.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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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

 

이삼현

 

 

네 식구였던 입이 둘로 줄어들자 

먹을 것들이 남아돈다

미처 먹지 못해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가래떡을

출출할 때 드시라며 꺼내놓은 아내는

일하는 게 더 편하다고 알바하러 갔다

한파경보가 내린 날 

냉동되었던 떡이 먹기 좋게 말랑말랑해졌을 즈음

아파트 세대를 돌며 소독하러 왔다고 벨을 누르느라 

손발이 꽁꽁 얼어붙지나 않았는지

얼었다가 녹았다가

사는 일이 꼭 커다란 냉장고에 들락날락거리는 것만 같아 

겨울이면 얼었다가 여름이면 녹기를 반복한다 

긴장과 해이

딱딱해졌다가 다시 말랑말랑해진다

넷이었던 식구가 둘만 남았어도 

밥상을 준비하는 아내 손은 쉬 줄어들 줄 모르고

고기를 굽거나 찌개를 끓일 때마다 

장가가고 없는 2인분까지 넉넉히 준비한다

함께 먹지 못해 남겨진 아쉬움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내일은 첫째 몫

모레는 둘째 몫을 꺼내 데워 먹으며 

식었다가 뜨거워졌다가 소진돼 간다

 

 

 

―『모던포엠』(2023,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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