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개는 어디에 있나 /김기택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2. 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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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어디에 있나

 

김기택

 

 

아침에 들렸던 개 짖는 소리가 

밤 깊은 지금까지 들린다

 

아파트 단지 모든 길과 계단을

숨도 안 쉬고 내달릴 것 같은 힘으로

종일 안 먹고 안 자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슬픔으로

울음을 가둔 벽을 들이받고 있다

 

아파트 창문은 촘촘하고 다닥다닥해서

그 창문이 그 창문 같아서

어저께도 그저께도 그그저께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주민들 같아서

울음이 귓구멍마다 다 돌아다녀도

개는 들키지 않는다

 

창문은 많아도 사람은 안 보이는 곳

잊어버린 도어록 번호 같은 벽이

사람들을 꼭꼭 숨기고 열어주지 않는 곳

 

짖어대는 개는 어느 집에도 없고

아무리 찾아도 개 주인은 없고

짖는 소리만 혼자 이 집에서 뛰쳐나와

저 집에서 부딪히고 있다

 

벽 안에 숨어 있던 희고 궁금한 얼굴들이

베란다에 나와 갸웃하는데

어디서 삼삼오오가 나타나 수군거리는데

흥분한 목소리는 경비와 다투는데 

 

울음소리만 혼자 미쳐 날뛰게 놔두고

아파트 모든 벽들이 대신 울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시집『낫이라는 칼』(문학과지성,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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