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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실
김기택
아까부터 침대에서 일어나고 있었는데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
침대에서 일어나다가 한평생이 가고 있다.
삐끗하면 어딘가 부러질 것 같은 허리를 일으키는 일에
삶의 모든 것이 걸려 있다.
침대에서 다 일어난다면 그동안 없었던 발이 나와
떨리는 슬리퍼를 신을 것이다.
하면 된다는 일념이
링거 거치대를 밀며 코앞의 머나먼 화장실로 갈 것이다.
누군가 먼저 들어가 있는 화장실에서는
오줌 소리는 들리지 않고 끙끙거리는 소리만 끈질기다.
건너편 침대에서는 요도에 관을 넣어
피 섞인 오줌을 빼내는 투명 플라스틱 통이 있다.
벌건 오줌이 반쯤 차 있다.
그 옆에는 일생일대의 힘을 쥐어짜 숨 쉬는 침대.
또 그 옆에는 기계로 목구멍 찰거머리 가래를 빼는 침대.
모터 소리에 맞추어 내지르는 지루한 비명.
그 소음 속에서도
깰 힘이 없어 할 수 없이 잠들어 있는 침대.
갑자기 유리창이 흔들리고 커튼이 펄럭이더니
병실 밖 어디선가 고성과 욕설과 악다구니가 들려온다.
아까운 건강이 함부로 낭비되는 그 소리를
번쩍 눈을 뜬 열 개의 귀가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링거 맞듯이 엿듣고 있다.
―시집『낫이라는 칼』(문학과지성,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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