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5인실 /김기택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2. 17. 17:00
728x90

5인실

 

김기택

 

 

아까부터 침대에서 일어나고 있었는데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 

침대에서 일어나다가 한평생이 가고 있다. 

삐끗하면 어딘가 부러질 것 같은 허리를 일으키는 일에 

삶의 모든 것이 걸려 있다. 

침대에서 다 일어난다면 그동안 없었던 발이 나와

떨리는 슬리퍼를 신을 것이다. 

하면 된다는 일념이 

링거 거치대를 밀며 코앞의 머나먼 화장실로 갈 것이다. 

 

누군가 먼저 들어가 있는 화장실에서는 

오줌 소리는 들리지 않고 끙끙거리는 소리만 끈질기다. 

 

건너편 침대에서는 요도에 관을 넣어 

피 섞인 오줌을 빼내는 투명 플라스틱 통이 있다. 

벌건 오줌이 반쯤 차 있다. 

그 옆에는 일생일대의 힘을 쥐어짜 숨 쉬는 침대. 

또 그 옆에는 기계로 목구멍 찰거머리 가래를 빼는 침대. 

모터 소리에 맞추어 내지르는 지루한 비명. 

그 소음 속에서도 

깰 힘이 없어 할 수 없이 잠들어 있는 침대. 

 

갑자기 유리창이 흔들리고 커튼이 펄럭이더니 

병실 밖 어디선가 고성과 욕설과 악다구니가 들려온다. 

아까운 건강이 함부로 낭비되는 그 소리를 

번쩍 눈을 뜬 열 개의 귀가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링거 맞듯이 엿듣고 있다.

 

 

―시집『낫이라는 칼』(문학과지성,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