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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오빠
이연숙
낮에 돼지죽 좀 주니라
아버지 장에 가시던 날
큰오빠 펄펄 끓는 물 줘서
돼지 다 죽었다지
포도나무에 거름 좀 주라하면
똥바가지 나르다 엇박자에 휘청
똥물 다 뒤집어 썼다지
도리깨로 콩 털라 하면
도리깨 맴맴 돌아 얼굴 찢겨
병원 가 꼬맸다지
그러면서도 겁은 또 겁나 많아
자는 여동생 깨워 뒷간에 세웠다지
갈래머리 동생 생일에
극장 구경 시켜 주마고 버스타고 한 시간
송림동 현대극장 데려가더니
자봐라 극장이다
극장 간판만 보여주고 다시
집에 왔다지
오빠야 생일 축하해
울 큰오빠 환갑 되었네
생일 선물로 동상이 극장 보여줄까
현대극장 그냥 있던데
―『시와소금』(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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