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큰오빠 /이연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3. 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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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오빠

 

이연숙

 

 

낮에 돼지죽 좀 주니라

아버지 장에 가시던 날

큰오빠 펄펄 끓는 물 줘서

돼지 다 죽었다지

포도나무에 거름 좀 주라하면

똥바가지 나르다 엇박자에 휘청

똥물 다 뒤집어 썼다지

도리깨로 콩 털라 하면

도리깨 맴맴 돌아 얼굴 찢겨

병원 가 꼬맸다지

그러면서도 겁은 또 겁나 많아

자는 여동생 깨워 뒷간에 세웠다지

갈래머리 동생 생일에

극장 구경 시켜 주마고 버스타고 한 시간

송림동 현대극장 데려가더니

자봐라 극장이다

극장 간판만 보여주고 다시

집에 왔다지

오빠야 생일 축하해

울 큰오빠 환갑 되었네

생일 선물로 동상이 극장 보여줄까

현대극장 그냥 있던데

 

 

 

―『시와소금』(2023,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