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바다, 내 언어들의 희망 또는 그 고통스러운 조건 ― 내게 사랑이 있었네① /오태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3. 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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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내 언어들의 희망 또는 그 고통스러운 조건

  ― 내게 사랑이 있었네① 

 

  오태환

 

  내게 사랑이 있었네 봄이 와서 허천나게 꽃이 피면, 벌서듯이 서서 그대를 생각하는, 수척한 사랑이 있었네

 

​  종아리를 걷고, 허천나게 꽃이 피면 꽃으로 매 맞고 싶은 사랑이 있었네 꽃으로, 꽃째로 매 맞으며 환하게, 아프게 그대 쪽으로 새는 마음이 있었네

 

  봄이 와서 허천나게 꽃이 피어서, 한사코 그대 쪽으로 새는 몸이 있었네 내게 그대 쪽으로, 수척하게 새기만 하는 슬픈 몸이 있었네

 

 

―시집『바다, 내 언어들의 희망 또는 그 고통스러운 조건』(황금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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