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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나무 각시
이연숙
여우 꼬리만큼 작은 햇살을 품고 있는 내 등에
그녀가 내게로 와서
보드라운 체온 던지며 눈 감고 서 있다
가만히 있어도 흐르는 그녀의 슬픔이
나를 투과해
강물 위에 널어놓은 듯 물 위에 결이 생긴다
지나다 그녀는 불쑥
나를 찾곤 한다
느닷없이 불현듯 기습처럼
네가 그리웠어, 라며 허겁지겁 나를 안는다
어느 추운 겨울날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나를 찾아온 적도 있다
강둑에 선 친구들이 와 와하며 떠내려가는
유빙(流氷)에 소란스러울 적에도
마치 혼자 온 것처럼 저만치 서 있었다
잎 달고 잎 떨구고
잎 달고 잎 떨구고
그렇게 나 홀로 세월을 펄럭일 동안에도
그녀의 눈길은 늘 저 어디쯤
빈 곳을 보고 있다
차라리 그녀
내 곁 한 그루 나무로 세워졌으면
―『시와소금』(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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