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집이 운다 /한진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3. 1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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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운다

한진현


한옥 한 채 지어놓고
기둥에 기대어 앉아 있으면
집이 스스로 고쳐 앉으며 울음을 뱉는다
그것은 관절이 꺾이는 신음 같은
울음이다

집의 울음이 있기 오래전에
나무는 저 혼자 충분히 울었다
산판에서 울었고
제재소에서 울었다
그 울음을 알아주는
목수의 거친 손바닥에서 한 번 더 울었다

백골*의 집이 운다
저 울음 끝에
시린 발이 따뜻하겠다

 


* 백골 : 한옥에서 단청이나 도색하지 않은 집

 

 


ㅡ시집 『비가 오니 용서하기로 했다』(두엄,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