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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운다
한진현
한옥 한 채 지어놓고
기둥에 기대어 앉아 있으면
집이 스스로 고쳐 앉으며 울음을 뱉는다
그것은 관절이 꺾이는 신음 같은
울음이다
집의 울음이 있기 오래전에
나무는 저 혼자 충분히 울었다
산판에서 울었고
제재소에서 울었다
그 울음을 알아주는
목수의 거친 손바닥에서 한 번 더 울었다
백골*의 집이 운다
저 울음 끝에
시린 발이 따뜻하겠다
* 백골 : 한옥에서 단청이나 도색하지 않은 집
ㅡ시집 『비가 오니 용서하기로 했다』(두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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