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동백의 배경 /김나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7. 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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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의 배경 

 

김나연

 

 

남쪽 끝 섬에 와서야 알았네

당신이 내 배경인 줄

오동도에는 붉은 동백이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목을 꺾어 뛰어내리며

화려한 꽃물을 들이고 있었네

푸른 잎사귀 사이사이 동백꽃과

지상의 동백꽃이 어우러져 섬은 불타고

바닷바람은 먼 데서 오는 봄소식을 실어 날랐네

사랑나무는 마음을 기대듯 서로 몸을 포개고 있었지

동백이 미련을 버린 자리에 윤기 나는

검푸른 잎사귀 반짝였네

 

나는 내가 나인 줄 알았는데

당신이 있어 내가 있는 줄 알겠네

동백꽃이 미련 없이 뛰어내린 건

사시사철 푸른 배경이 되어 주는

잎사귀가 있었기 때문

 

내게도 배경이 되어 주는 당신이 있어

내가 빛날 수 있음을 이제야 알겠네

 

 

 

―반년간『시에티카』(2023년 상반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