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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욤나무 /김정임

고욤나무 김정임 키 큰 고목에 닥지닥지 열렸던 작은 씨 열매 대추처럼 매달려 검붉게 영글어가는 고욤나무 작은 몸속에 씨앗을 품어 우수한 유전자를 전하기 위해 매서운 세상에 맞섰다 생명이란 한 생애를 와서 본연의 책임을 다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텃밭을 일구어 두고 홀연히 떠나는 것 유전자로 꽉 채워 붉어질 수도 없는 고욤나무의 삶이 열정으로 터질 듯하다 ―시집『바다로 간 낙타』해설(그림과책, 2003)

부메랑 /김정임

부메랑 김정임 누군가는 행복한 일상을 또 누군가는 시련의 오늘을 살아내고 한없는 기쁨과 슬픔의 교차로에 환희와 눈물의 쌍곡선을 타고 인내라는 이름의 힘겨운 나날 심연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내 편의 나를 한없이 질책하다가 원망의 화살 날려보았다 아 아 그것은 나를 겨냥한 아픈 삼지창이었다는 걸 마루타의 처참한 최후처럼 심장에 찍힌 상처가 발등 찍으며 소리 없는 눈물 쏟아내고 있다 ―시집『바다로 간 낙타』해설(그림과책,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