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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 강가에서 /박소원​

아무르 강가에서 박소원 ​ 여기는 두 개의 시계가 있다 너는 북쪽의 시계를 나는 남쪽의 시계를 본다 흐린 강물을 따라 철새를 따라 시간은 습지의 향을 맡으며 북쪽으로 흘러간다 우리는 눈을 감고 휘파람을 불었다 새들의 합창소리를 따라 너의 시계는 늘 나의 시계를 앞서 간다 조율을 맞춘 피아노 검은 건반처럼 새들은 붉은 허공에 박혀 울고 낮은 언덕을 오르면 강물은 무덤이 된다 노을들 솔솔 같은 음을 반복하며 점점 붉어지는 강물들 마당이 없는 곳에서 새들은 또 태어나고 우리의 슬픔에는 계절이 없다 우리의 이별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북쪽은 북쪽의 시계를 보고 남쪽은 남쪽의 시계를 보고 앞으로 나아간다 무덤이 없는 곳에서 새들은 죽음을 맞이하고 먼 곳에서 나는 먼 곳에 있는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즐거운 장례..

지칭개 /정선희

지칭개 정진희 언젠가 그에게서 구원을 본 적 있다 열무 씨 한 개도 싹틔우지 못한 몸에 빠르게 번지는 변종 점점 나를 지배할 쯤 발아래 납작해서 비굴해 보였는데 바닥을 꽉 잡고 단단하게 퍼져있다 내 속을 꿰뚫어 오는 텅 빈 듯 꽉 찬 손짓 눈물 하나 샐 틈 없이 완벽한 자세였다 그 피와 살과 뿌리를 며칠 고아 마시고 열 몇 개 돌을 뱉어냈다 내 밭에 그가 왔다 ㅡ『정음시조』(2022,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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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을 작성하고 블로그를 관리해보세요. 아직 티스토리에 익숙하지 않아서 사용법도 잘 몰라 차차 해야겠어요. #2 다양한 스킨이 있어요. 티스토리에 있는 다양한 '스킨'도 살펴 보세요. 블로그나 사이트를 사용하는 목적에 맞게 스킨을 고를 수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실 건가요? 잘 생각해 보시고, 마음에 드는 스킨을 고르세요. '스킨 편집'을 통해 다양한 커스텀, 그리고 홈 꾸미기를 적용하실 수도 있답니다. #3 포럼에서 사람들과 소통하세요. 마지막으로 사용하시다가 티스토리에 대해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포럼'을 확인하세요. 찾기 어려울 땐 직접 질문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절한 티슷터 분들이 바로 답변해 줄 거에요.

카테고리 없음 2022.08.22

새가 집을 지었다 /김남극

새가 집을 지었다 김남극 처마 밑에 새가 집을 지었다 암수가 잠시 뭐라고 이야길 나누는데 알도 낳은 모양이다 내 첫 살림도 저러했을 것이다 겨우 비를 피할 곳 아주 작은 방에 살이 맞닿을 듯한 호흡이나 체온이 전해지는 곳 위험을 피하고 싶지만 위험을 피할 수 없는 곳 그곳을 떠나 넓고 탄탄한 집으로 이사를 했지만 저 처마 밑 어설픈 새집 같던 그 첫 살림집이 자꾸 생각나는데 두 아이 모두 서울로 떠나고 아내는 주말도 야근이라 부재중이니 길을 내다보고 마당을 걷고 또 라면을 끓이면서 혼자라는 말을 자꾸 생각해보는 것이다 ㅡ계간 『시와 소금』(2022, 가을호)

여름밤 /조성연

여름밤 조성연 뜰안채 우방 화성 금류 한일 아파트호 고층 선실 불을 켜는 크루즈 출항 준비 거리의 상가 선박도 집어등을 밝힌다 열대야 강을 건너 열섬으로 잡은 항로 삶은 흘러 삼면 바다 뱃길 저어 돌아오듯 시원한 닻을 내리는 내일 아침 향해 간다 강아지풀 꼬리 젓는 저물녘 강변에서 하늘 길 등대로 뜬 달을 보고 흔들 때 바람은 상류 쪽으로 등을 밀고 있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