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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의 시대 /정병삼

눈빛의 시대 정병삼 온전한 얼굴은 이곳에선 금물입니다 지금은 눈빛의 시대 서로를 살피세요 불신이 팽배하군요 입을 가리세요 떠다니는 소리를 붙잡지 마세요 입술은 총알이 되어 우리를 겨눠요 미소가 궁금하군요 식사 한 끼 할까요 표정을 벗는다는 건 여전히 낯설어요 마음을 세우세요 눈을 크게 뜨세요 숨긴 속 보이지 않아도 자꾸자꾸 보여요

이불에 대한 소고小考 /곽종희

이불에 대한 소고小考 곽종희 빨강 초록 비단결이 켜켜이 잠을 자도 정작엔 사십 년 된 낡은 이불 덮는 엄마 기실은 지난날들을 버리기 싫은 거다 아부지 정을 촘촘히 누벼 넣고 자식들 보고픔도 땀땀이 바느질한 숨 죽은 그리움 한 채 덮고 사는 것일 게다 낡은 이불 한 채에 삐져나온 발이 열 개 흩어진 그 발들을 다독이는 꿈속에는 옥양목 시린 홑청이 서걱이고 있겠다 ―시조집『외로 선 작은 돌탑』(책만드는집, 2022)

갈림길 /신승철

갈림길 신승철 오던 대로 왔는데 갈림길 나오자 다시 머뭇거리네. 갈림길에서 반복되는 이 머뭇거림은 오던 길 지루하게 만들어버리는 그 타성惰性 때문, 너는 예까지 형제들 등한시하고 쫓기듯 달려왔어: 엉겁결에 함께 따라온 허영의 그것들 풀 그림자처럼 서성거리고 더러는 아예 깊게 숨어버렸지만, (그리고 가만히 그 몸 내버려두었다) 모든 건 속절없이 스스로가 초래했다는 사실 어리석은 저 불행과 오류 잘 몰라보고 주의 깊게 살펴보지 못했다는 것... 지금 다시 떠나야 한다면 이미 정해져 있는 풀숲 우거진 길고 좁다란 저 길, 멀리로는 한가롭게 흰 구름이 떠있는 무심한 저 길, 아마 발 없는 사람이 한걸음에, 성큼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는 먼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선 다른 소리도 섞여 들리어왔던 것 같았다. 때가..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 ~ 50) - 목록과 시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 (1 ~ 50) - 목록과 시 제1편 이성복 - 서시 제2편 한용운 - 사랑하는 까닭 제3편 김소월 - 먼 후일(後日) 제4편 최승자 -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제3편 황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 제6편 성미정 -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제7편 서정주 - 연(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제8편 송찬호 - 찔레꽃 제9편 김남조 - 그대 있음에 제10편 황동규 - 즐거운 편지 제11편 문정희 - 남편 제12편 김승희 - 새벽밥 제13편 정현종 - 갈증이며 샘물인 제14편 도종환 - 옥수수밭에 당신을 묻고 제15편 김광섭 - 저녁에 제16편 신경림 - 가난한 사랑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제17편 신달자 - 열애 제18편 함민복 - 서울역 그 식당 제19편 오규원 - 기교 2 -..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1 ~ 50) - 목록과 시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1 ~ 50) - 목록과 시 제01편 이원수 - 고향의 봄 제02편 박성룡 - 풀잎 2 제03편 박홍배 - 나뭇잎 배 제04편 김용택 - 콩, 너는 죽었다 제03편 권태응 - 감자꽃 제06편 최순애 - 오빠 생각 제07편 정두리 - 엄마가 아플 때 제08편 이효선 - 과꽃 제09편 한인현 - 섬집 아기 제10편 김기림 - 봄 제11편 권영상 - 담요 한 장 속에 제12편 윤석중 - 퐁당퐁당 제13편 정지용- 해바라기 씨 제14편 문삼석 - 그냥 제15편 임석재 - 비 오는 날 제16편 피천득 - 꽃씨와 도둑 제17편 이문구 - 산 너머 저쪽 제18편 오규원 - 나무 속의 자동차 제19편 한하운 - 개구리 제20편 윤동주 - 소년 제21편 신현득 - 문구멍 제22편 윤극..

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 ~ 100 (목록과 시)

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 ~ 100 (목록과 시) 제1편 박두진 - 해 제2편 김수영 - 풀 제3편 이성복 - 남해 금산 제4편 황동규 - 즐거운 편지 제5편 김춘수 - 꽃 제6편 서정주 - 동천 제7편 곽재구 - 사평역에서 제8편 김종삼 - 묵화 제9편 오규원 - 한 잎의 여자 제10편 노천명 - 사슴 제11편 최승호 - 대설주의보 제12편 박용래 - 저녁눈 제13편 기형도 - 빈집 제14편 문정희 - 한계령을 위한 연가 제15편 박인환 - 목마와 숙녀 제16편 강은교 - 우리가 물이 되어 제17편 정호승 - 별들은 따뜻하다 제18편 한용운 - 님의 침묵 제19편 김남조 - 겨울 바다 제20편 정진규 - 삽 제21편 천상병 - 귀천 제22편 이문재 - 푸른 곰팡이-산책시1..

귀거래​ /강영은

귀거래 ​ 강영은 ​ ​ 돌무더기 가슴 답답한 날이면 제주행 비행기를 탄다 바닷가 빈집으로 돌아간다 잡초 무성한 밭을 일구고 밤바다에 어망을 던져두니 물 밖으로 나온 밤 낙지처럼 눈이 맑아진다 정신을 육체의 노예로 만들었던 서울을 도망치듯 벗어난 일이 그대 탓인가, 물결은 한결같은 문장에 밑줄을 칠 뿐 별빛에도 눈동자에도 가없는 밀물 ​ 사람을 꽃이라 부르는 일도 사람을 흉기라 여기는 일도 그때는 솔깃했으나 모든 비유는 낡아지는 법, 내 스스로 산을 그대라 불렀고 바다를 그녀라 불렀으나 지금 나에게 그대도 없고 그녀도 없으니 스스로 젖은 적 없는 저, 산과 바다를 무슨 비유로 노래할 것인가, ​ 죽은 귀를 깨우는 파도 소리에 나는 다만 혀로 쓰는 붓질과 귀가 잣는 소음과 멀어지고 싶을 뿐 물결과 거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