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신승철
갈림길 신승철 오던 대로 왔는데 갈림길 나오자 다시 머뭇거리네. 갈림길에서 반복되는 이 머뭇거림은 오던 길 지루하게 만들어버리는 그 타성惰性 때문, 너는 예까지 형제들 등한시하고 쫓기듯 달려왔어: 엉겁결에 함께 따라온 허영의 그것들 풀 그림자처럼 서성거리고 더러는 아예 깊게 숨어버렸지만, (그리고 가만히 그 몸 내버려두었다) 모든 건 속절없이 스스로가 초래했다는 사실 어리석은 저 불행과 오류 잘 몰라보고 주의 깊게 살펴보지 못했다는 것... 지금 다시 떠나야 한다면 이미 정해져 있는 풀숲 우거진 길고 좁다란 저 길, 멀리로는 한가롭게 흰 구름이 떠있는 무심한 저 길, 아마 발 없는 사람이 한걸음에, 성큼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는 먼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에선 다른 소리도 섞여 들리어왔던 것 같았다. 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