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최태랑 그 말 참 좋다 아직 오지도 지나지도 않은 사이에 낀 무렵이란 말 까닭 없이 설레는 시간 떫지도 시지도 않는 그렇다고 단맛이 나는 것도 아닌 견고한 언어는 아니지만 잠깐 헛생각하다 지나쳐 버릴 것 같은 낮과 밤 사이 빗물 고인 돌확에는 벌써 개밥바라기 별이 내려와 있고 산그늘이 홑이불로 마을을 덮는 시간 집을 나갔던 연장들과 가축들이 돌아오는 저물녘 달빛 희미하게 문틈으로 들어와 빈방 벽에 묵화를 치고 있다 ―시집『초록 바람』(천년의시작,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