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소원 또 없니? ―보탑사 와불 김부원 보련산寶蓮山 연봉에서 내려온 재넘이*가 법당 안 수박들을 맛들이는* 가운데 노오란 소원지所願紙 하나 한 소녀가 걸어 놨다 그것을 읽고 지난 바람에게 물으니 남자친구 살 빠지게 해달라는 것이라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만만찮은 소원이다 열 가지 소원 중에 하나만 안 되어도 속 좁은 사람들은 발걸음도 안 하는데 딱 하나 적어 놓은 걸 모른 척 할 순 없고 이런 저런 고민에 잠까지 설치시다 반쯤 잠긴 눈으로 가로젓고 누우시며 아가야, 나도 그게 좀… 다른 소원 또 없니? * 재넘이 : 밤에 산꼭대기에서 평지로 부는 바람 * 진천군 진천읍 연곡리에 있는 보탑사에는 대웅전에 하짓날에 바친 수박을 계속 진설해 놓으면 동지 때 까지도 수박이 보전되고, 그 수박을 먹으면 무병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