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강영은 서귀포에서는 누구나 섬이 된다 섶섬, 문섬, 범섬, 새섬이 배후여서 새연교 난간에 한 컷의 생을 걸어놓은 사람은 섬으로 건너가는 일몰이 된다 서귀포에서는 누구라도 길을 묻는다 바다를 향해 흘러내리는 언덕에 서서 여기가 어디냐고, 서 있는 곳을 되돌아본다 당신이 서 있는 거기서부터 서귀포는 언제나 서쪽이다 녹두죽 같이 끓는 바닷가 찻집에 앉아 노을처럼 긴 편지를 쓰면 기억만큼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 언제쯤 당신에게 닿을 수 있을까 불붙는 해안선을 지나면 또 해안선 긴 문장이 따라오는 지상에서 가장 참혹하고 아름다운 편지를 쓰고 있다면 당신은 서귀포에 있는 것이다 떠도는 섬을 당신의 마음속에 붙잡아 앉힌 것이다 ㅡ시집 『산수국 통신』(황금알,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