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손진은
곰 손진은 도서관에서 나와 잠깐 쉰다는 게 공원 벤치에 큰대자로 곯아떨어진 사내 행인들 인기척 담배 연기에도 기침 한 개비 없이 이마에 땀 흥건해질 때까지 자다 천둥 번개가 후려쳐 한참을 멍하니 앉은, 어느새 몸속에 덩치 큰 곰이 들어와 앉은 사내 그래도 그는 좋다, 초록 외엔 아무도 없는 공원 빗방울만 후두둑 몸을 깨우는 숲이! 무얼까? 곰, 그쪽과 맞닥뜨린 세월도 없는데 긴 공용의자, 그 노상침실에 그를 눕히고 비끄러맨 건, 그 사이, 생로병사 네 글자가 우지끈 끊어지며 마디마디 곰의 사지를 이어준 건, 그렇담 어떻게 덩치 큰 저 곰을 끄집어내나? 풀잎부터 가지 열매 들짐승 잡식의 그를 무슨 힘으로? 일단 오늘은 열람실까지 놈 잘 밀어넣고 착해진 몸으로 야생의 열맬 훑어먹는 걸 지긋이 바라보다가 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