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맘에 있는 말이라고 다 할까 보냐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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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있는 말이라고 다 할까 보냐

 

 


하소연하며 한숨을 지으며
세상을 괴로워 하는 사람들이여!
말을 나쁘지 않도록 좋게 꾸밈은
달라진 이 세상의 버릇이라고, 오오 그대들!
맘에 있는 말이라고 다 할까보냐.
두세 번(番) 생각하라, 위선(僞先) 그것이
저부터 밑지고 들어가는 장사일진댄.
사는 법(法)이 근심은 못 같은다고,
남의 설움을 남은 몰라라.
말 마라, 세상, 세상 사람은
세상에 좋은 이름 좋은 말로써
한 사람을 속옷마저 벗긴 뒤에는
그를 네길거리에 세워 놓아라, 장승도 마찬가지.
이 무슨 일이냐, 그날로부터,
세상 사람들은 제각금 제 비위(脾胃)의 헐한 값으로
그의 몸값을 매마쟈고 덤벼들어라.
오오 그러면, 그대들은 이후에라도
하늘을 우러르라, 그저 혼자, 섦거나 괴롭거나

 


08.0205/ 오전 00시 39분
▷ 위선(爲先) : [부] 우선.
▷ 못 같은다고 : 못 같다고. 같지 않다고.
▷ 제각금 : 저마다 각각. 사람마다 각각.
▷ 비위(脾胃) : [명] '지라와 위'를 아울러 부르는 말에서 온 말로, 무엇을 먹고 싶거나 하 고 싶은 기분이나 생각. 잘 삭여 내거나 원만하게 상대하여 내는 성미를 나타낸다.
▷ 매마쟈고 : 매매(賣買)하자고. 팔고 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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