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무신(無信)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6.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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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無信)


그대가 돌이켜 물을 줄도 내가 아노라,
무엇이 무신(無信)함이 있더냐? 하고,
그러나 무엇하랴 오늘날은
야속히도 당장에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그것을, 물과 같이
흘러가서 없어진 맘이라고 하면.

검은 구름은 메기슭에서 어정거리며,
애처롭게도 우는 산(山)의 사슴이
내 품에 속속들이 붙안기는 듯,
그러나 밀물도 쎄이고 밤은 어두워
닻 주었던 자리는 알 길이 없어라.
시정(市井)의 흥정 일은
외상(外上)으로 주고받기고 하건마는.


08.02.06/아침 8시 23분
▷ 야속히도 : 야속하게도.
▷ 속속들이 : [부] 깊은 속까지 샅샅이.
▷ 붙안기는 : 붙다와 안기다의 합성어. 꽉껴안은. 붙안은.
▷ 쎄이고 : 조수가 빠지고. 평북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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