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묵년(默念)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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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년(默念)


이슥한 밤, 밤기운 서늘할 제
홀로 창(窓)턱에 걸터앉아, 두 다리 늘이우고,
첫 머구리 소리를 들어라.
애처롭게도 그대는 먼첨 혼자서 잠드누나.

내 몸은 생각에 잠잠할 때, 희미한 수풀로써
촌가(村家)의 액(厄)막이 제(祭)지내는 불빛은 새어오며,
이윽고 비난수도 머구 소리와 함께 잦아져라.
가득히 차오는 내 심령(心靈)은 …… 하늘과 땅 사이에.

나는 무심히 일어 걸어 그대의 잠든 몸 위에 기대어라
움직임 다시없이, 만(萬)는 구적(俱寂)한테,
조요히 내려 비추는 별빛들이
내 몸을 이끌어라, 무한(無限)히 더 가깝게.

08.02.06/아침 8시 44분
▷ 걸어앉아 : 걸어앉다(높은 곳에 궁둥이를 붙이고 두 다리를 늘어뜨리고 앉다)의 활용형.
▷ 늘이우고 : 늘이우다(늘리다. 아래로 두 다리를 길게 늘어지게 하다)의 활용형.
▷ 먼첨 : 먼저.
▷ 액(厄)막이 : [명] 앞으로 닥칠 액운(厄運)을 미리 막는 일.
▷ 비난수 : [명] 소망하는 것을 귀신에게 기원(祈願)하며 공을 드리는 일.
▷ 만뢰(萬??)는 구적(俱寂)한데 : 만뢰구적(萬?威蛔?: 밤이 깊어 아무 소리도 없이 적막하고 고요함)을 풀어 쓴 말.
▷ 조요(照耀)히 : [형] 빛이 밝게 비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비숙원/비손- 손을 비비면서 신에세 소원을 비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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