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김소월의 시(詩)

찬 저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4. 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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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저녁

 

 


퍼르스렷한 달은, 성황당의
데군데군 헐어진 담 모도리에
우둑히 걸리웠고, 바위 위의
까마귀 한 쌍, 바람에 나래를 펴라.

엉긔한 무덤들은 들먹거리며,
눈 녹아 (黃土) 드러난 멧기슭의,
여기라, 거리 불빛도 떨어져 나와,
집 짓고 들었노라, 오오 가슴이여

세상은 무덤보다도 다시 멀고
눈물은 물보다 더 더움이 없어라.
오오 가슴이여, 모닥불 피어 오르는
내 한세상, 마당가의 가을도 갔어라.

그러나 나는, 오히려 나는
소리를 들어라, 눈석이물이 씨거리는,
땅 위에 누워서, 밤마다 누워,
담 모도리에 걸린 달을 내가 또 봄으로.

08.02.24/ 밤 11시 40분

▷ 데군데군 : [부] 군데군데.
▷ 모도리 : [명] 모서리. 모퉁이. 평북방언.
모도리 - 조금도 빈틈없이 썩 모이게 생긴사람.
▷ 눈석이물 : 눈석임물. 눈이 녹은 물.
눈석임물 - 쌓인 눈이 속에서 녹아 흐르는 물.
눈석이
▷ 씨거리는 : 씨걱거리는. 찌걱거리는. 의성어 씨와 -거리다의 결합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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