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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도반/이화은
눈 내린 산길 혼자 걷다보니
앞서 간 짐승의 발자욱도 반가워
그 발자욱 열심히 따라갑니다
그 발자욱 받아 안으려 어젯밤
이 산 속에 저 혼자 눈이 내리고
외롭게 걸어간 길
화선지에 핀 붓꽃만 같습니다
까닭없이 마음 울컥해
그 꽃발자욱 꺾어가고 싶습니다
짐승 발자욱 몇 떨기
가슴에 품는다고 내가
사람이 아니 되겠습니까
내 갈 데까지 데려다 주고
그 발자욱 흔적조차 없습니다
모든 것 주기만 하고
내 곁은 소리없이 떠나가버린
어떤 사랑 같아
나 오늘 이 산 속에 주저앉아
숲처럼 소리 죽여 울고 싶습니다
-『시와반시』 .한국의 젊은 시인들 중에서
2010-08-14 / 13시 37분
'그 발자욱 받아 안으려 어젯밤
이 산 속에 저 혼자 눈이 내리고'
3행, 4행
두 행이 안도현시 '겨울강가에서' 를 떠오르게 했다.
겨울강가에서/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시집『그리운 여우』(창비시선 163)
2010-08-14 / 1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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