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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涯月 / 정희성 - 애월 / 이수익 - 애월 / 엄원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8. 1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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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涯月

 

      정희성

 


들은 적이 있는가
달이 숨쉬는 소리
애월 밤바다에 가서
나는 보았네
들숨 날숨 넘실대며
가슴 차오르는 그리움으로
물 미는 소리
물 써는 소리
오오 그대는 머언 어느 하늘가에서
이렇게 내 마음 출렁이게 하나

 


-시집『시를 찾아서』(창비시선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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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이수익

 

 

제주에 가면 꼭 한번 가보라던
애월, 그 바닷가 마을은
결국 가보질 못했다.


파란 바닷빛이 눈부시게 아름답다던
네 말이 무슨 비망록처럼 자주 떠오르곤 했지만
제주가 초행인 아내를 위해서는
성산일출봉과 민속촌, 정방폭포, 산굼부리 등속의
관광명소를 먼저 보아야 했으므로
결국 그 곳은 가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잘된 일,
애월은 이제 '다음에....' 하고 내 가슴 깊이 묻어줄
애틋한 그리움의 한 대상이 되었으므로
미지의, 선연한 푸른 바다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오랜 날들을 나는 즐겁게 시달리리라.


애월, 가슴에 품고 싶은
작은  기생妓生 같은,
그 이름 떠오를 적마다.

 

 

 

-시집『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시와시학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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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

 

엄원태

 


하귀에서 애월 가는 해안도로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길이었다


밤이 짧았다는 애긴 아니다
우린 애월 포구 콘크리트 방파제 위를
맨발로 천천히 걷기도 했으니까
달의 안색이 마냥 샐쭉했지만 사랑스러웠다
그래선지, 내가 널 업기까지 했으니까


먼 갈치잡이 뱃불가지 내게 업혔던가
샐쭉하던 초생달까지 내게 업혔던가
업혀 기우뚱했던가, 묶여 있던
배들마저 컴컴하게 기우뚱거렸던가, 머리칼처럼
검고 긴, 밤바람 속살을 내가 문득 스쳤던가


손톱반달처럼 짧아, 가뭇없는 것들만
뇌수에 인화되듯 새겨졌던 거다
이젠 백지처럼 흰 그늘만 남았다


사람들 애월, 애월, 하고 말한다면
흰 그늘 백지 한장, 말없이 내밀겠다

 

 


-시집『물방울 무덤』(창비시선 272.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