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어머니/박성우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1. 5. 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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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박성우

 


끈적끈적한 햇살이
어머니 등에 다닥다닥 붙어
물엿인 듯 땀을 고아내고 있었어요

 

막둥이인 내가 다니는 대학의
청소부인 어머니는 일요일이었던 그날
미륵산에 놀러 가신다며 도시락을 싸셨는데
웬일인지 인문대 앞 덩굴장미 화단에 접혀 있었어요
가시에 찔린 애벌레처럼 꿈틀꿈틀
엉덩이 들썩이며 잡풀을 뽑고 있었어요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어머니,
지탱시키려는 듯
호미는 중심을 분주히 옮기고 있었어요
날카로운 호밋날이
코옥콕 내 정수리를 파먹었어요

 

어머니 미륵산에서 하루죙일 뭐허고 놀았습디요
뭐허고 놀긴 이놈아, 수박이랑 깨먹고 오지게 놀았지

 


-시집 「거미」창작과비평, 2002

 

 

예전에는 어떤 책이든 손에 잡히면 재미가 있든 없든 내용에 관계없이 앞 표지부터 뒤 표지의 책값까지, 하다 못해 편집 후기까지 읽곤 했는데 요즘엔 실제 별로 바쁜 것도 없으면서 책 볼 시간은 더 없는 것 같다. 그러께부터 누가 <좋은 생각>이라는 부피도 얇고 시집크기보다 조금 더 큰 월간잡지를 매달 보내준다.

 

물리치료를 가면서 신문과 같이 보고 있는 책 중에서 아무거나 들고나서는데 오늘은 이 책이 <좋은 생각 4월호> 눈에 띈다. 수건으로 뜨겁게 하는 찜질 치료, 젤리를 바르고 아픈 부위를 문지르는 초음파 치료, 전기치료까지 몇 십분 받는 동안 제목도 쓴 사람도 보지 않고 본문만 읽는다. 몇 줄 읽다가 새롭지 않은 내용이면은 바로 넘겨버리는데 어머니가 염소를 5마리 키운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소일거리 삼아 운동도 된다면서 키우는데 정작 어머니의 염소는 한 마리도 없고 이웃집에서 맡긴 거란다. 공짜로 키워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머니는 날일을 가서도 품삯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일도 시원찮고 새끼들도 다 결혼해서 그냥저냥 살고 있고 순전히 심심해서 하는데 고춧가루도 주고 마늘, 양파도 준다며 오히려 자랑을 하신다고 한다.

 

글의 끝에 가서 어머니는 지금은 내가 보따리장사 출강하는 대학이며 자기가 다닌 대학에서 정년을 넘겨서까지 청소부로 일하셨다고 하는 순간 나는 위의 시(어머니)를 떠올렸고 이 글의 쓴 이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확인을 해보니 박성우 시인이 맞았다.

 

내 어머니도 위의 시와 별반 다른 게 없어서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가슴 한구석에 자리한 애틋한 마음이 일어나곤 한다. 내 어머니 뿐 아니라 우리시대의 어머니가 다 그러하였기에 어머니는 사랑하는 애인이었고 연인이었으며 연민의 그림자였고 마누라와 대판 싸움을 하면서까지 편들고 싶어하고 불러만 봐도 울컥 목이 메는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 아들은 나중에 어머니를 어떤 선민의식으로 기억을 할까 생각을 해본다. 피씨방 가지 마라, 컴퓨터 하지 마라, 학원 가라, 공부해라 하면서 자식주위를 헬리콥터 돌듯이 뱅뱅 돌며 갖은소리를 하는 어머니를 어떤 감동으로 기억을 할까 궁금해진다. 자유를 너무 구속하지 말라고 옆에서 거들기는 하지만 어머니에게 있어 자식(아들) 은 또 하나의 새로운 연인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