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권혁웅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1. 5. 2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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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권혁웅

 

 

 

    그날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물결이 물결을 불러 그대에게 먼저 가 닿았습니다
    입술과 입술이 만나듯 물결과 물결이 만나
    한 세상 열어 보일 듯 했습니다
    연한 세월을 흩어 날리는 파랑의 길을 따라
    그대에게 건너갈 때 그대는 흔들렸던가요
   그 물결 무늬를 가슴에 새겨 두었던가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강물은 잠시 멈추어 제 몸을 열어 보였습니다
   그대 역시 그처럼 열리리라 생각한 걸까요
   공연히 들떠서 그대 마음 쪽으로 철벅거렸지만
   어째서 수심은 몸으로만 겪는 걸까요
   내가 던진 물수제비가 그대에게 건너갈 때
   이 삶의 대안이 그대라 생각했던 마음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없는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던 나의 물수제비,
   그대에게 닿지 못하고 쉽게 가라앉았지요
   그 위로 세월이 흘렀구요
   물결과 물결이 만나듯 우리는 흔들렸을 뿐입니다

 

 

 

-「황금나무 아래서」문학세계사. 2001

 

 


 
수제비뜨기를 해 보셨나요. 쫄기접시, 물팔매, 물수제비라고 불리기도 하는 수제비뜨기. 유년 시절 냇가에 가면 단골놀이 중에 하나였지요. 땅따먹기, 자치기, 비사치기를 하다 무료해지면 냇가로 내달아 멱을 감곤 했는데 이렇게 천방지축 놀다보면 귀에 물이 들어가 출렁출렁 소리가 납니다. 귀에 들어간 물을 빼내기 위해 햇볕에 달구어진 납작한 돌맹이를 주워서 귀에 대고 팔짝팔짝 뛰면은 귀에 들어간 물이 주르르 흘러나왔습니다. 달구어진 돌은 멱감다 추워진 볼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곤 하였습니다.

 

 

물을 먹어가며 다이빙도 하고 자맥질도 하며 신나게 놀다가 그것도 지겨워지면 흐르는 강물에 힘껏 던져 보았던 물팔매질. 챙챙챙 떠가며 물수제비가 강물을 가릅니다. 내가 던진 물수제비 그대에게 건너가지 못하고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가슴 한켠에서 그리움을 불러일으킵니다. 푸르름으로 물들어 가는 녹음처럼 파란 마음을 좇아 강가로 나가 그리움을 던져 봅니다. 어릴 때도 많이 해 보았고 지금도 강가에 가면은 그때를 생각하며 작고 납작한 돌멩이를 집어듭니다. 수면에 닿으면서 물결과 물결이 파문을 일으키지만 흐르는 강물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이내 무심히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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