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또 나뭇잎 하나가 / 나희덕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2. 10. 1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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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뭇잎 하나가


나희덕

 

 

그간 괴로움을 덮어보려고
너무 많은 나뭇잎을 가져다 썼습니다
나무의 헐벗음이 그래서 입니다
새소리가 드물어진 것도 그래서 입니다
허나 시멘트 바닥의 이 비천함을
어찌 마른 나뭇잎으로 다 가릴 수 있겠습니까
새소리 몇 줌으로
저 소음의 거리를 잠재울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내 입술을 자꾸만 달싹여
나뭇잎들을, 새소리들을 데려오려 합니다

 
또 하뭇잎 하나가 내 발등에 떨어집니다
목소리 잃은 새가 저만치 날아갑니다

 
 

 

-시집『사라진 손바닥』(문학과지성사, 2004)
2012-10-11  목요일 23시 1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