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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암 4기 아버지
정선희
아버지 오래 전에 불사른
성경책을 펼치네
살 수만 있다면 하나님과도
화해하겠다는 아버지
성경책을 펼치네
20년 전에 불사른 성경책이
혀를 날름거리네
무슨 말인가 하려고 달려드네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는 아버지
손으로 말을 하네
눈으로 말을 하네
주여! 저의 죄를 용서해주소서
어머니를 예수쟁이라 욕하고
일요일마다 두들겨 팬 아버지
성경책을 찢고
성경책을 불사른 아버지
마지막 3개월만 믿으면
모든 죄가 청산이 될까
뻔뻔스러운 아버지
염치도 모르는 아버지
막판 뒤집기로 천국행을 꼭 타겠다고
앞사람을 밀치고 줄을 서는데,
하나님! 이래도 되는 겁니까?
-월간『우리詩』(201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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