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낮달 / 유지소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 1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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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유지소

 

 

나는 거기 있었네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는 거기 있었네 네가 떠나간 후에도
나는 거기 있었네 거기가 거기인 줄도 모르고
 

물이 흐르면서 마르는 동안 바퀴가 구르면서 닳는 동안
지구가 돌면서 밤낮을 바꾸는 동안
그동안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는 동안
 

나는 거기 있었네 네 머리 위에
나는 거기 있었네 비가 내리는 구름 위에
나는 거기 있었네 거기라는 말보다도 한참 먼 거기에

 

 

 

-계간『시작』(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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