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자화상 / 김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 1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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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김언
  

 
첫 줄을 읽어 보면 알지 이 얼굴이 얼마나 못생긴 그림인지
가장 친한 친구들도 모르고 이웃집에 사는 개도 못 알아보는
이 표정을 네 살배기 우리 딸애는 단번에 알아차렸지 이건 아빠
이건 못생긴 이건 집에는 없는 물건이라는 걸
아무래도 실물과 다른 그 표정은 눈이 아니라 입 근처에서 모이고
입술 근처에서 튀어나온 표정은 이마 근처에서 다시 모이지
콧구멍은 없고 콧날은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만틈
훼손되어서 턱을 괴고 있는 모습 이건 아빠
이건 집에는 필요 없는 물건이라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주면
신기하게도 다시 튀어나와서 짖는다 옆집의 개처럼
대문 밖에만 나서면

 

 


-계간『시작』(2012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