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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희롱꾼
―보들레르 (1821∼1867)
수많은 사륜마차들이 지나간 눈과 진흙의 혼돈, 장난감 등속과 봉봉과
자의 번쩍임, 탐욕과 절망의 범벅, 가장 강한 고독자의 뇌리조차 혼란케
하는 대도시의 이 모든 공공연한 광란……새해가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혼잡과 뒤죽박죽의 한가운데를 채찍으로 무장한 무뢰한에 시달리
며 분주히 뛰어가고 있는 당나귀 한 마리가 있었다. 당나귀가 막 보도
의 모퉁이를 돌아가려고 하는데 장갑을 끼고 잔인할 정도로 넥타이를
꽉 매고 꼭 맞는 옷 속에 감금당한 듯, 요란하게 차려입은 멀쩡하게
잘생긴 한 신사가 이 보잘것없는 짐승 앞에 정중히 몸을 굽히는 것
이었다. 그리고 모자를 벗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에게 행복하고
복된 새해를 기원하나이다!” 그러고는 거만스럽게 누구신지 알 수
없는 동료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마치 자신의 기쁨에 그들이 동의해
줄 것을 간청하기라도 하듯.
당나귀는 이 익살꾼을 보지 않은 채 그의 의무가 그를 부르는 곳을
향해 열심히 달리기를 계속할 뿐이었다.
나는 갑자기 이 사치스러운 천치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
혔다. 이 천치야말로 그 자신 속에 프랑스의 모든 에스프리를 축소해 가
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일간『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 52』(동아일보. 2013년 01월 11일)
기사입력 2013-01-11 03:00:00 기사수정 2013-01-1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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