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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이수익
몸을 풀어서
누에는 아름다운 비단을 짓고
몸을 풀어서
거미는 하늘 벼랑에 그물을 친다.
몸을 풀어서,
몸을 풀어서,
나는 세상에 무얼 남기나.
오늘도 나를 자빠뜨리고 달아난 해는
서해바다 물결치는 수평선 끝에
넋 놓고 붉은 피로 지고 있는데.
―시집『꽃나무 아래의 키스』(천년의 시작,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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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오세영
가장 낮은 자리에서 기는 담쟁이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벽을 넘나니
그 절망의 높이에서 푸른 하늘을 여는
꽃이여!
―월간『현대문학』(201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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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박분필
비온 뒤의 보도블럭
지렁이들이 온 몸을 붓 삼아 수상한 상형문자를 기록한다
쓰다가 발에 깔려 문질러진 놈, 토막토막 여며진 채 기는 놈
흙속을 벗어나면 순식간에 미라가 되고 말 걸
알까 모를까
오로지 죽음을 향해 오체투지하는
저 봄날의 장렬한 육박전 같은 몸부림은
저 봄날의 화려한 사육제 같은 몸부림은
누구더러
누구더러 읽으라는
아득한 메시지일까
-시집『산고양이를 보다』(지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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